강원도민뉴스 김인택 기자 | 지난 3월 30일 개막, 4월 6일까지 총 11회의 오픈 위크 공연을 통해 파격적이고 심도 깊은 공연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가 본 공연으로 본격적인 비상에 나선다.
초연 당시 강렬한 미장센과 철학적 메시지로 큰 반향을 일으킨 이 작품은 이번 시즌 더욱 미학적이고 도전적이며 심도 깊은 연출과 음악, 독특한 무대, 화려한 의상, 그리고 매력 넘치는 배우들이 만드는 깊이 있고 다양한 캐릭터 해석으로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도리안 그레이'는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기반으로 한 창작 뮤지컬로, 영원한아름다움과 젊음을 갈망한 영국 귀족 청년이 자신의 영혼을 초상화와 맞바꾸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초연 이후 9년만에 돌아온 이 작품은 단순히 주인공인 도리안 그레이의 도덕적 붕괴 과정을 담은 기본 서사를 넘어, 원작 초판본에 담긴 보다 본질적인 감정과 관계성에 주목한다.
이번 재연은 1890년 초판본 출간 당시, 사회적 비난과 검열을 겪고 재출간되어 재판본인 원작에서는 숨겨져야만 했던 등장인물들 간의 숨겨진 관계와 감정선을 무대 위로 선명히 옮겨놓았다.
초연과 달리 더욱 세밀하고 확연하게 표현된 관계성이 관객들에게 또다른 시각의 여운을 전한다. 특히 도리안 그레이와 배질 홀워드 사이의 깊은 관계성은 초판본의 본질적인 정서를 그대로 반영한다.
두 등장인물의 관계가 더욱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부각되며 작품 전체의 정서적 깊이를 더함과 동시에 시대를 넘어 원작자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그대로 담아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 재연에서는 이지나 예술감독이 대본 각색과 예술감독으로 참여하여, 기존보다 더 솔직하고 대담한 시선으로 원작의 주제를 재해석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원작의 본질적인 메시지를 송현정, 천유정 연출은 더욱 파격적이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며 도리안 그레이라는 인물이 지닌 매력과 비극성을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냈다.
여기에 국내 최정상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 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음악들이 김성수 음악 수퍼바이저와 김정하 음악감독의 손길을 거쳐 이번 시즌 한층 더 깊어진 감정선을 담아낸다.
인물의 내면을 정교하게 표현하는 넘버와 연주곡이 관객의 몰입력을 극대화하며, 극의 감정선을 더욱 풍부하게 이끌었고 추상적이면서도 서사적인 신선호 안무감독의 안무는 음악과 장면, 캐릭터의 정서를 입체적으로 엮어내며 '도리안 그레이'만의 고유한 무대 언어를 완성했다.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와 도연 의상 디자이너가 참여한 무대와 의상도 도리안의 내면 변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무대와 화려하면서도 아름답고 강렬한 의상으로 관객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번 도리안 그레이의 무대는 높은 기술적 완성도와 예술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며 극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린다.
무대 전면을 가득 채운 LED 스크린은 시시각각 변화하면서 장면마다 생동감을 주며 인물의 심리 상태를 보이는 주요한 장치가 되기도 했고, 강렬한 조명과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효과음이 어우러져 관객의 시선을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게 만든다.
특히 도리안이 죄를 저지르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낄 때마다 초상화 속 이미지가 핏빛으로 물들거나 조각난 형상으로 일그러지는 연출은, 인물의 도덕적 타락과 내면의 균열을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드러낸다.
1막의 하이라이트 넘버인 Life of Joy에서는 도리안, 헨리, 배질 세 인물이 각자의 신념을 노래하며 첨예한 대립을 펼친다. 세 사람의 의견 충돌이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표현되는 이 장면은 작품의 핵심 주제를 음악적으로 응축해 짜릿한 전율을 자아낸다.
또한 2막의 넌 누구 장면에서는 도리안이 액자 속 수많은 자아와 마주하며 혼란과 갈등에 휘말리는 모습을, 앙상블과의 역동적인 안무를 통해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세련된 영상미, 감각적인 조명 디자인, 정교한 음향 효과, 그리고 장면마다 변화하는 다채로운 무대 연출은 도리안의 파멸로 향하는 여정을 극적으로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영원한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도리안 그레이 역을 맡은 유현석, 윤소호, 재윤, 문유강은 오픈 위크 공연 통해 각기 다른 색채의 도리안을 완벽히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유현석은 특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연기력과 안정적인 고음으로 무대를 압도하며 관객을 사로잡았고, 매혹적인 외면 속 어두운 이면을 지닌 도리안의 찬란함과 파멸을 섬세하게 표현한 윤소호는 극 내내 아름답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재윤은 순수에서 점차 욕망에 물들어가는 모습을 광기 어린 연기와 노래로 생생하게 그려내며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또한 설득력 있는 연기와 뛰어난 캐릭터 해석 능력으로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캐릭터를 구현해낸 문유강은 극의 흐름을 주도하며 몰입도를 높여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각 배우들의 시선을 통해 재탄생한 도리안은 순수와 타락, 아름다움과 파멸 사이를 오가는 인물의 양면성을 강렬하게 드러내며 이번 시즌의 중심축을 이뤘다.
순수했던 도리안의 내면에 결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인물, 헨리 워튼 역에는 최재웅, 김재범, 김경수가 캐스팅되어 각기 다른 해석으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노련함과 지적인 냉소가 돋보이는 최재웅은 절제된 연기로 헨리 특유의 카리스마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김재범은 날카로운 눈빛과 개성 있는 표현력으로 인물의 다층적인 면모를 강조하며 캐릭터의 서사에 입체감을 더하고, 탄탄한 가창력과 무게감 있는 존재감을 선보인 김경수는 이상을 탐구하는 헨리의 내면을 섬세하게 풀어내며 또 다른 매력을 전한다.
세 배우는 각자의 색채로 헨리라는 인물을 완성하며 극의 몰입도와 긴장감을 한층 높였다.
도리안에게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 배질 홀워드 역에는 손유동, 김지철, 김준영이 출연해 인물의 서사를 다채롭게 완성했다. 세 배우는 예술과 인간, 아름다움과 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예술가 배질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인물에 깊이와 설득력을 더했다.
손유동은 절제된 감정과 예술가다운 고요한 고뇌를 담백하게 표현하며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배질의 갈등을 깊이 있게 풀어냈으며, 김지철은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망과 도리안을 향한 감정선을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따뜻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연기를 선보인 김준영은 배질의 인간적인 면모와 도리안에 대한 깊은 애정을 설득력 있게 전하며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세 배우만의 개성이 담긴 배질은 극의 정서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이외에도 도리안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여배우 시빌 베인 역의 해일리, 언니의 복수를 꿈꾸며 강렬한 춤을 선보이는 샬롯 베인 역의 이은정, 유쾌한 성격 속 복잡한 감정을 지닌 정신과 의사 앨런 캠벨 역의 김태한, 김민철, 삶의 쾌락을 노래하는 옥스포드 클럽의 브랜든 부인 역의 이영미, 구원영, 그리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언니 곁을 떠나야 했던 어린 샬롯 역의 오윤서까지, 원캐스트 배우들 또한 감초 같은 개성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인간 내면의 갈등과 영원하지 않은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다룬 작품이다. 도덕과 쾌락, 아름다움과 타락이라는 테마는 이번 시즌 무대와 연출을 통해 더욱 명확하게 부각되며,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오늘의 관객에게 선명히 전달한다.
오는 6월 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도발적이고도 아름다운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4월 10일 3차 티켓 오픈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