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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울역사편찬원, 조선시대 서울의 사랑과 유흥… 서울역사편찬원 서울의 고전소설 발간

고전소설에 나타난 서울 속 사랑과 이별, 유흥과 향락 이야기 다양하게 담아

 

강원도민뉴스 김인택 기자 | 조선시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 사랑과 이별이야기, 유흥문화부터 아픈 역사와 나라를 지키기 위한 가슴 절절한 이야기까지… 고전소설을 통해 그 시절의 문화와 생활상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 발간됐다.

 

서울역사편찬원은 서울문화마당 제24권 '서울의 고전소설'을 발간했다. 이번 '서울의 고전소설'은 조선시대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고전소설의 다양한 면모를 흥미롭게 담아낸 책이다. 오랫동안 고전소설의 특징과 유통을 연구한 엄태웅 고려대 교수가 쓰고, 유춘동 강원대 교수가 감수했다.

 

서울역사편찬원은 2011년부터 서울 사람들의 삶과 옛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기 위해 ‘서울문화마당’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서울의 고전소설'은 크게 두 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첫 번째 주제는 ‘고전소설에 나타난 서울의 생활상과 역사’이다. 고전소설 속 서울은 애틋한 사랑과 이별의 공간이자 번화한 유흥과 향락의 공간으로, 때로는 가슴 아픈 역사의 치유 공간으로 그려진다.

 

고전소설 속에서 수성동, 운종가, 성균관, 상사동 등 서울 곳곳은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과 이별이 이뤄지는 배경이 됐다.

 

《운영전》속 수성동 일대는 등장인물인 ‘김진사’와 ‘운영’이 함께 시를 짓고 어울리며 사랑을 나누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뤄지지 못한 이들의 사랑은 영혼이 되어 둘의 인연을 이어나간다. 《심생전》에서는 육의전을 비롯한 많은 점포가 있던 운종가를 배경으로 이루지 못한 ‘심생’의 사랑과 이별을 묘사했다. 고전소설 속 서울은 젊은 남녀의 사랑을 향한 순수한 감정과 그것을 제어하려는 당대의 유교적 사고가 서로 대립하던 곳이었다.

 

《절화기담》과 《포의교집》에서는 사회규범 상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였던 유부남과 유부녀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내용을 을지로와 창경궁 일대를 배경으로 펼쳐놓았다. ‘불륜’이라는 소재는 오늘날에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심스럽게 다루는 소재다. 그러나 유교사회였던 조선시대에도 인간의 욕망을 막을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이외에도 고전소설은 주인공들의 행적을 통해 서울의 다채로운 유흥과 생활상을 그려내기도 했다.

 

《이춘풍전》에서는 서울을 무대로 벌이는 ‘이춘풍’의 방탕한 행적을 통해 조선시대 서울의 향락문화를 보여주었다. 화려한 주안상과 함께 기생과 유흥하는 이춘풍의 모습은 지금의 우리가 봐도 사치스러울 정도이다.

 

《게우사》의 ‘무숙이’는 풍류와 주색을 즐기던 인물이다. 고전소설에서는 그의 행적을 긴 사설로 묘사했는데, 그 내용 속에는 오늘날과 비견될만한 당대의 유흥문화가 담겨 있다. 또한 마지막에 그려지는 패가망신한 무숙이가 마음을 고쳐먹고 막노동에 뛰어드는 모습을 통해 오늘날의 아르바이트에 해당하는 서울의 ‘품팔이 문화’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한편, 고전소설에는 서울의 가슴 아픈 역사를 서사적으로 치유하는 장면들도 그려져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문학으로 치유하기도 했다.

 

《임장군전》은 임경업으로 대표되는 영웅들의 가공된 활약을 통해 적을 무찌르는 내용이다. 마찬가지로 《박씨전》은 박씨 부인의 뛰어난 지력과 신묘한 재주로 주인공과 가족들, 나아가 국가를 위기로부터 보호하는 내용을 그렸다. 이러한 작품들은 병자호란에서 청나라에게 패했던 가슴 아픈 역사를 문학으로 치유하는 역할을 했다.

 

두 번째 주제는 서울의 독자들이 어떻게 고전소설을 접했는지와 유통 행태를 집중 조명한다. 고전소설의 간행 형태와 서울에서 성행했던 ‘세책(貰冊, 돈을 받고 책을 빌려주던 것)’ 문화를 살펴본다.

 

먼저 궁궐 사람들이 즐겼던 ‘낙선재본’ 고전소설에 대해 소개하고 그 특징을 알아본다.

 

‘낙선재본’ 고전소설은 창덕궁 낙선재에 소장 되어있던 궁중 고전소설을 말한다. 방대한 양에 글씨가 크고 훌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깔끔한 궁체로 정서되어 행과 열을 맞추었고, 한 장에 들어가는 글자 수를 일정하게 맞추었다. ‘낙선재본’ 고전소설은 내용 측면에서 민간에 유통되던 고전소설에 비해 내용과 표현이 구체적이었다. 연작과 파생작이 많았던 것도 독특하다. 오늘날에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스핀오프(Spin-off, 기존의 작품에서 따로 나온 작품)’가 수백 년 전 조선에서도 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조선시대 고전소설을 빌려보던 ‘세책(貰冊)’ 문화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서적의 출판과 유통 양상도 살펴본다.

 

조선시대 서울 곳곳에는 고전소설을 빌려볼 수 있었던 ‘세책집’이 있었다. 빌려 읽는 ‘세책’은 장수가 표시되어 있었고, 책장을 넘기는 부분인 ‘침자리’, 필사한 시기와 세책집의 정보를 적은 ‘필사기(筆寫記)’라는 흔적을 남기기도 했다. 세책의 대상은 매우 다양했으며, 그 내용은 가문 서사가 중시되고 중세 가족 질서의 이상을 충실히 구현해 낸 것들이 많았다.

 

또한 서울에서 고전소설이 대량으로 유통되며 출현했던 ‘방각본’의 역사를 살펴본다.

 

서울에서 고전소설이 큰 인기를 얻게 되자 고전소설로 이윤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에 서울 곳곳에서는 ‘방각본’을 찍어서 출판하기 시작했다. ‘방각본’은 조선 중후기 이래 민간 출판업자가 영리를 목적으로 판각하여 출판한 서적을 말한다. 서울에서 출간된 방각본 고전소설들은 가문의 서사가 확장되고, 여성 영웅의 활약이 보다 능동적으로 묘사됐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분량은 짧지만 종수는 많아 새로운 서사나 소재를 끌어들이기에 좋았다.

 

서울문화마당 제24권 '서울의 고전소설'은 시민청 서울책방에서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서울 소재 공공도서관과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에서 제공하는 전자책으로도 열람할 수 있다. 서울역사편찬원이 발간한 모든 도서들을 전자책으로 열람 가능하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이번 《서울의 고전소설》을 통해 한국의 고전소설을 감상하고, 작가들이 담아낸 서울의 문화와 사회상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많은 서울시민이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서울문화마당 시리즈를 발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